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유현준 지음
을유문화사
2015년 3월 25일 출판
알쓸신잡(tvN)에서 처음 본 유현준
누구지?
"
피라미드를 지은 건 노예들이 아니었다.
정당한 댓가를 받고 일하는 노동자였으며,
이들을 위한 당시 수준으로
최고의 병원까지 운영되고 있었다.
"
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순간 아차싶었다.
피라미드같은 큰 건축물은
당시의 최고 권력가가
노예들을 동원해서 만들었고
힘든 노역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겠지
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던
나의 우물에 돌을 던져주었던 멘트였다.
이때부터
유현준 교수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69년생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유현준건축사무소 대표이사
연세대학교 건축학과 졸업
MIT대학원 건축설계 석사
하버드대학교 대학원 건출설계 석사
건축학도라 그런지
글이 꾸밈없고 직설적이고 거칠다.
표현이 직설적이니 이해는 쉽다.
하지만, 조금 아쉽다.
책을 통해 알게 된 내용을 하나씩 써내려고 한다.
공중권
뉴욕에는 공중권이라는 권리가 존재한다.
내 땅과 건물을 팔지않고 보존하고 싶을 때,
내 건물 위의 공간을 파는 것이다.
더 큰 개발을 원하는 사람도 만족시키고
건물을 보존하고 싶은 사람도 만족시킨다.
우리나라는 알박기라는 말이 유행을 할 정도인데
미국은 알박기를 할 필요가 없이,
하늘 위 공간만 팔면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는 권리라 하니
아쉬울 따름이다.
절과 교회
유현준 교수는
"
절은 미술관같고,
교회는 경기장같다
"
고 표현했는데 나는 이 표현이 마음에 들었다.
한번에 쏙 이해가 됐으니까~
한강
개인적으로 한강을 좋아해서
봄, 가을에는 주말마다 한강을 찾는 편이다.
텐트를 치고, 아이들과 뛰어놀기도 하고
떡볶이나 치킨, 김밥 등을
사가지고 가 먹기도 한다.
자주 가는 한강이니
유현준 교수는
어떻게 한강을 바라볼까
자연스럽게 궁금해졌다.
한강에 대한 이야기는
대도시의 공원을 이야기하면서 이야기가 나왔다.
런던의 하이드파크,
뉴욕의 센트럴파크
의 존재이유를 설명하면서
사람들은 왜 공원을 사랑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말했다.
내가 생각하는 한강, 공원의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아 좋았다.
종교
종교에 대한 이야기는 조금 민감했지만 재미있었다.
기독교가 농경사회로 들어가기 전
유목생활을 하던 사람들에게는
이동하면서 설치가 편한 장막이
예배당으로서 주를 이루었지만,
농경사회가 시작이 되고,
정착이 되면서 돌로 만들어진
그래서 이동할 수 없는 예배당이
하나 둘 만들어졌고,
종교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빛이 통과하게 만들어야했고,
투명하게 만들어야 해서
스테인드글라스가 만들어졌다는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마당
우리는 마당이 없는 아파트에
주로 살기 때문에,
비가오고, 눈이 올때마다 바뀌는
마당을 볼 수 없어서
예전의 마당보다 넓은 집에 살고 있지만
다양함을 경험할 수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물리적인 공간의 경험이
더 많은 인간관계를 낳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 반의 아이들이
하루종일 영화만 보는 것과
하루종일 수건돌리기를 한다고
가정했을때
어느 반 아이들이 더 친해지겠냐는 예는
물리적인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예시였다.
200페이지의 한계
이 책을 처음 읽는 순간
건축학도가 아니라
생각하지 못한 시각의 접근으로
건축물에 대한 나의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
책이라는 물건의 한계일수도 있고
저자의 한계일수도 있겠지만,
200페이지가 넘어가면서부터
책의 분량을 늘리기 위해
억지로 쓰지 않았나하고
느끼는 부분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펼치는 논리도 사물을 보는 시각도
처음 200페이지와는 현저하게 떨어짐을 느낀다.
물론 나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가장 맑은 정신으로 아침마다 30분씩 읽는 책인데,
어제 읽은 책과 오늘 읽는 책이 다른 느낌이랄까?
그래도 마지막까지 책을 읽는 그대로의
느낌을 적어나가겠다.
형광등은 건축학자들의 적이다.
자연채광을 들여오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을 항상 고려해야했는데,
형광등이 생기면서부터는
그런 고민없이 벽이 됐기 때문이다.
아파트는 입구를 통해 들어가면,
거실이 나오는게 일반적이다.
거실이 나오면 각각의 방으로 들어가게
동선이 짜여져있고,
각방은 아파트의 외관으로만 창문이 나있다.
그런데
우리의 전통한옥처럼 마당이 있고,
마당의 하늘부분에 해당하는
천장을 덮은 공간이 거실이라면,
각 방들도 거실쪽 창문이 있어야하고,
그랬다면 아파트가 더 넓게 보였을 것이고,
방문을 닫고 들어가
단절되는 자녀들도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특이했다.
일본의 주택과 우리의 주택
일본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부르는
프리츠커상을 6회 수상했는데,
아직까지 우리나라는 수상자가 없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는
한명의 건축가가 아파트하나를 짓지만,
지진이 자주 발발하는 일본은
수천세대의 주택이 있으니,
건축가도 훨씬 더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지은이는 왜라는 물음을 참 좋아한다.
그리고 사물을 앞과 뒤,
옆처럼 상대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를 잘한다.
이런 본인의 생각을 건축에 적용하니,
이책은 건축책 같기도 하고,
인문학책 같기도 하다.
네명의 식구가 있는데
그 중 둘째가 빠졌더니, 집에 25%가 아니라
50%이상 조용해졌다.
왜 그럴까?
라는 질문을 던진다.
내가 좋아하는 형태의 질문이다.
수학적인 수치의 변화보다
더 큰 변화 혹은
더 적은 변화가
생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그런것일까? 를 이야기한다.
코엑스
또 크게 공감한 부분이 코엑스에 대한 느낌이다.
나는 30년 전에 코엑스를 처음 다녀왔다.
그때는 삭막한 코엑스가 무서웠다.
온통 직사각형으로 만들어져있는 부스들과 닫힌 창고들
사람이 얼마 다니지 않는 넓고 낮은 천장의 공간들
그리고 어설프게 넓은 광장, 아무도 다니지 않는 거리..
20년 전 코엑스몰이 처음 생겼을 때,
엄청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느낌이었으니,
하지만
그 때도 무언가 아주 크게 휑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부분을 지적하고 있다.
크기
건축은 인간의 몸보다 큰 것을 디자인하는 것이다.
숟가락을 먹는 용도로 만드는 것과
예술품으로 만드는 건
전혀 다르다.
그렇다면 인간의 몸보다
큰 자동차와 건축물의 디자인은 어떻게 다를까?
첫째,
자동차는 이동이 가능하고,
건축물은 이동이 불가능하다.
둘째,
자동차와 건축물은
수명의 차이로 디자인이 달라진다.
책의 후반부로 갈수록
다루는 내용이 많아지고 간결해진다.
바둑과 체스의 차이가 가져온 건축의 변화
농경사회와 유목민의 건축의 차이
강수량이 가져온 집의 변화
등
매우 다양한 내용이 짧고 빠르게 기록되어 간다.
작가는 자연에 순종하는 디자인을 선호한다.
책 곳곳에 자연과 어울어져 만들어진 디자인을 극찬한다.
다리(토목)은 인간의 삶을 크게 바꿔준 디자인 중 하나다.
땅의 모양을 바꾸면 사람들의 관계도 변한다.
벽을 어떻게 세우느냐에 따라, 어떤 아파트를 만드냐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모이고, 그 부류는 관계를 새로 형성한다.
건축에서는 한국적인 것을 강조를 많이 하는데,
한국적인 것과 조선적인 것은 다른 것이다.
본인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있는데,
평소에는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하지만,
건축물을 만들고 나면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
왜냐면, 건축물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이 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우 인상적인 말이었다.
두서없이 작가의 생각과 내 느낌을 적어봤다.
하루 이틀만에 다 읽지 못해
포스팅도 여러날에 걸쳐하다보니,
글의 통일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 적어보고 싶었다.
다음 포스팅은 더 나아지길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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